부가부 Bugaboo 아름다운 이유, 브랜드 경험으로 본 유모차 디자인
부가부 Bugaboo를 처음 알았던 건 20년 전쯤이었습니다. 유모차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었던 첫인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저는 가족, 친지중에 임신 소식을 들으면 부가부 유모차룰 선물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좋은 유모차는 아이를 안전하게 태우고 편안하게 이동하는 물건이지만, 부가부는 매일 사용하는 육아용품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부드러운 주행감이나 모듈형 구조도 인상적이지만, 제가 부가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감이었습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는 사람 역시 내가 고른 물건을 오래 보고, 사용할 때마다 보면 흐뭇하고 즐겁죠.
오늘은 제가 오랫동안 봐온 부가부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브랜드와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산업 디자인 졸업작품에서 시작된 부가부
창업자 막스 바렌브루흐 Max Barenbrug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가 유모차를 졸업작품으로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길에서 부모들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유모차가 기능적으로도 불편하고 디자인적으로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접고 펴는 과정은 번거롭고, 당시 제품들은 투박한 형태와 전형적인 아기용품의 색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막스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조금 더 편리한 유모차가 아니었습니다.
어른이 끌고 다니고 싶은 디자인의 유모차
기존의 유모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처음부터 산업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다시 설계한 것입니다.
그가 만든 졸업작품은 하나의 프레임에 다양한 기능을 결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앞선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기존 유모차 제조업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품을 만들어줄 회사를 찾지 못한 막스는 동업자와 함께 직접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1999년 네덜란드에서 부가부가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가부의 출발점에 처음부터 '아기를 위한 귀여운 유모차'라는 발상보다 '좋은 디자인을 가진 이동수단'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제가 20년 전 부가부를 처음 봤을 때 다른 유모차와 다르게 느꼈던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을 겁니다.
부가부의 디자인은 처음부터 그 경계를 허무는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부가부가 디자인 오브제처럼 보이는 이유
부가부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형태였습니다.
유모차는 아이를 태우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과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지만, 부가부는 그 기능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디자인으로 보여줍니다.
프레임의 구조와 바퀴, 접히는 방식까지 제품을 이루는 요소들이 하나의 형태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가 부가부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부가부의 디자인에는 불필요하게 장식적인 요소가 많지 않습니다. 프레임은 단순하고 선명하며, 시트와 캐노피 역시 과하게 꾸미지 않습니다.
직선적인 프레임과 부드러운 곡선의 시트가 만나면서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과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동시에 만들어집니다.
유아용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방향입니다.
그래서 유모차를 세워놓았을 때도 하나의 제품 디자인처럼 보입니다.
기능을 숨기지 않고 디자인으로 보여주는 방식
부가부의 또 다른 매력은 기능을 위한 구조가 그대로 디자인의 일부가 된다는 점입니다.
프레임과 바퀴의 구조, 접고 펼치는 방식, 손잡이의 형태까지 각각의 요소가 사용하기 위한 기능이 먼저 있고, 그 기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태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보면 오히려 더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실루엣이 깔끔해서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자세히 볼수록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저는 이런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예쁜 것을 덧붙여서 아름답게 만든 제품보다, 필요한 기능을 제대로 설계했더니 결과적으로 아름다워진 제품에 더 오래 눈이 가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이유
20년 전 처음 봤던 부가부가 지금도 크게 낡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유행하는 장식을 많이 사용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시대의 디자인처럼 보였을 텐데, 부가부는 기본적인 구조와 비례, 색감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모델을 보더라도 '예전 유모차'라는 느낌보다 지금 봐도 충분히 세련된 제품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결국 부가부의 디자인은 화려해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만 남겼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미니멀한 형태 위에 부가부만의 컬러가 더해지면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 만들어집니다.
바로 색을 고르는 것 자체가 디자인이 되는 방식입니다.
부가부가 특별해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 색감 Color
부가부의 디자인을 이야기하면서 컬러를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부가부를 오래 보면서 특히 좋아했던 것도 프레임과 패브릭의 조합이었습니다.
유모차의 색을 프레임과 시트, 캐노피를 조합하면서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같은 유모차라도 어떤 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컬러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부가부의 컬러는 강한 원색만을 앞세우기보다 블랙, 그레이, 베이지, 그린처럼 일상적인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색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패브릭과 프레임의 색을 함께 봤을 때 조합이 중요합니다.
차분한 프레임에 조금 더 밝은 캐노피를 매치하면 포인트가 되고, 전체를 비슷한 톤으로 맞추면 훨씬 미니멀한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부가부를 고르는 일은 어떤 분위기의 유모차를 만들고 싶은가를 고르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맷블랙 Matte black
부가부의 구조적인 프레임과 맷블랙이 만나면 유모차의 형태가 훨씬 또렷하게 보입니다. 반짝이는 검정보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느낌이 있어서, 복잡한 프레임도 하나의 조형물처럼 정돈되어 보입니다.
특히 올 블랙으로 맞췄을 때는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느낌이 강하고, 반대로 밝은 색상의 캐노피를 더하면 프레임이 배경처럼 받쳐주면서 컬러가 더 돋보입니다.
제가 같은 부가부를 보더라도 맷블랙에 유독 눈이 가는 이유입니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존재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은 유모차라는 제품의 특성과도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지금 유행하는 색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색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유모차도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된다
부가부의 컬러 전략이 재미있는 이유는 유모차를 아이만을 위한 물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아기가 사용하는 제품이지만 실제로 유모차를 선택하고 매일 끌고 다니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결국 부모의 옷차림이나 집의 분위기, 자주 가는 장소와도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합니다.
부가부는 이 지점을 꽤 오래전부터 잘 이해했던 브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모차가 현관에 놓여 있을 때도, 카페에 세워져 있을 때도, 부모가 길에서 끌고 있을 때도 하나의 생활용품이면서 동시에 디자인 제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제가 부가부를 하나의 브랜드 디자인으로 기억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이 실제 사용에서도 설득력을 가지려면 결국 '잘 밀리고, 잘 접히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쁘기만 한 유모차는 오래 사랑받기 어렵다
부가부를 디자인만으로 설명하면 오히려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유모차는 매일 끌고 다니는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방향을 바꾸기 어렵거나, 울퉁불퉁한 길에서 불편하거나, 접고 보관하는 과정이 번거롭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오래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부가부가 오랫동안 프리미엄 유모차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디자인과 함께 주행감과 사용성에 대한 집요한 설계가 있었습니다.
한 손으로도 부드럽게 움직이는 주행감
부가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주행감입니다.
핸들을 잡고 방향을 바꿀 때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좁은 공간에서도 비교적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프레임과 휠 구조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유모차를 처음 고를 때는 디자인이나 브랜드가 먼저 보이지만, 실제로 매일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런 차이가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집 앞 산책부터 백화점, 공원, 카페까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장소가 생각보다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닥이 매끄럽지 않은 곳에서는 바퀴와 서스펜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가부는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충격을 흡수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왔습니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부모에게도 편해야 한다
몇 시간씩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부모에게도 손잡이의 높이와 조작감, 접고 보관하는 과정이 편해야 합니다.
부가부는 손잡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모델에 따라 시트와 캐노피의 구성이나 방향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런 기능들은 처음 보면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사용하는 제품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사용 경험을 크게 바꿉니다.
모듈형 디자인이 만든 오래 쓰는 방식
부가부의 또 다른 특징은 처음부터 하나의 형태로 끝나는 유모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이의 성장이나 사용 환경에 따라 시트와 액세서리 등을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를 브랜드의 중요한 특징으로 가져왔습니다.
처음부터 하나의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구성을 바꿀 수 있도록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잘 보이게 만드는 디자인과 잘 사용하게 만드는 디자인이 한 제품 안에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부가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년 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예쁜 유모차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살펴보니 그 아름다움 뒤에는 꽤 집요한 제품 설계가 있었습니다.
오래 사랑받는 디자인은 보기 좋은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매일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부가부는 그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려 했던 브랜드였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부가부는 어떻게 유모차를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었을까
부가부의 성공을 디자인과 기능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부가부가 유모차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 자체를 바꿨다는 점입니다.
유모차는 오랫동안 아기를 위한 육아용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귀엽고 알록달록한 디자인, 엄마와 아기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가 자연스러운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었죠.
부가부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아기를 위한 물건'에서 '부모가 갖고 싶은 물건'으로
부가부의 초기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전형적인 유아용품 광고와 다른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아기만을 강조하기보다 제품의 구조와 디자인, 그리고 유모차를 사용하는 부모의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창업자가 처음부터 남성도 끌고 싶어 하는 유모차를 만들고 싶어 했다는 점과도 연결됩니다.
유모차를 육아의 상징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매일 사용하는 하나의 제품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지금 보면 자연스럽지만 당시에는 꽤 새로운 접근이었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가 만든 뜻밖의 장면
드라마 속 도시적인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부가부의 세련된 이미지가 만나면서 유모차가 육아용품 이상의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유명인들이 부가부를 사용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도 더욱 강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유모차가 자동차나 가방처럼 사용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협업을 통해 육아용품의 경계를 넓히다
부가부는 이후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아티스트, 문화 콘텐츠와 협업하며 컬러와 패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까지, 유모차에 기존 육아용품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젤 Diese), 반 고흐 미술관 Van Gogh Museum 등과의 협업은 부가부가 제품을 바라보는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유모차를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제품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런 전략은 부가부의 컬러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프레임과 패브릭의 조합을 선택하고, 한정된 컬러와 패턴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게 하면서 유모차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브랜드는 '제품 밖의 이미지'를 만든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부가부는 유모차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유모차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에서 '부모가 선택하고 싶은 디자인 제품'으로. 저는 이 변화가 부가부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부가부를 보면 '취향이 느껴지는 제품'이라는 인상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부가부가 판매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욕구까지 함께 판매한 셈입니다.
결론
20년 전 처음 부가부 Bugaboo 를 봤을 때는 그저 유모차가 디자인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업디자이너의 졸업작품에서 시작해 기존 유모차의 틀을 바꾸고, 기능과 디자인을 함께 고민하고, 유모차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만들어온 과정까지 알고 나니 처음 느꼈던 그 아름다움이 당연했구나 느꼈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유행할 때만 예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에서 다년간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증명이 된 셈입니다.






